게임잼을? 넥슨에서? 내가?!
이전부터 넥슨 게임을 참 다채롭게도 해왔지만 (크아, 메이플, 마영전, 카트라이더, 버블파이터... 나열하려면 끝도 없다), 본격적으로 넥슨 취업에 관심이 생겼던 건 야생의 땅: 듀랑고 이후였다.
참 좋아하던 게임이었는데, 얼마 못 가 서비스 종료를 해야 했던 게임. 그러나 그만큼 한계가 보였기에 납득할 수 있었던 게임. 이때까지만 해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순 있지만, 아직 해오던 BM에 익숙해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날려버린 게 바로 데이브 더 다이버였으며, 이후 지금까지 내게 넥슨(정확히는 민트로켓)은 일하고 싶은 회사 1위가 되었다.
재밌넥 소식을 알게 된 건, 동아리 선배가 준 학과 공지사항에서 였다. 보자마자 '이건 되든 못 되든, 지원 안 하면 무조건 후회한다!'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즉시 자소서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했다.
포트폴리오도 내본 적 없어 깃허브 프로필을 올렸고, 정말 붙고 싶지만 전국에서 28명 뽑으니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앉은 자리에서 써내려 간 1000자 내의 지원 동기와, 몇 줄 밖에 되지 않는 포트폴리오. 내가 내세울 건 그것 뿐이었다.
(나중에 넥슨에 도착한 후, 다른 분들의 포트폴리오 퀄리티를 보고 경악했다.)
그리고 선정 메일이 도착했을 때, 지하철 안에서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목표는 당연히 대상이지만, 그래도 내 모토에 맞게 후회 없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내려오자마음 먹었다.
무박 3일인데... 4시에 일어나라고요?
시작 전 가장 걱정스러웠던 건 바로 행사 시작 시간. 부산에 사는 내가 10시 40분까지 넥슨코리아 사옥에 도착하려면 4시 기상, 5시 20분 출발, 7시 25분 비행기 탑승 후 1시간 40분 가량 지하철 탑승 (시 10시 도착)이라는 스케쥴이었다.
게임잼이 무박 3일로 진행되는데, 첫날에 4시에 일어나라...? 평소 12시간 수면, 12시 기상을 해오던 내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솔직히 일어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전날 미리 가서 숙박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지인들은 모두 본가에 살았고 숙소를 잡기엔 너무 비쌌다.
전날 9시 취침으로 다행히 4시에 일어나는 것에 성공했고, 여유롭지
만 분주하게 움직여 생애 첫 비행기 탑승에 성공했다.
이 날은 날씨가 참 흐렸는데, 비행기가 구름 속을 뚫고 지나가자 생전 처음 보는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이때의 충격이 얼마나 심했는지, 이미 피곤했던 몸은 1시간 동안 잠을 보충하길 바랐지만, 눈과 머리가 홀린 듯 비행 내내 창 밖을 쳐다보게 했다. 언젠가 연출에서 이 기억을 녹여내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감동을 전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이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가까스로 넥슨 사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장은 10시 30분부터 이뤄졌고, 일찍 도착한 난 1층 휴게 공간에서 쉬고 있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어 어디 앉아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나와 눈 마주친 한 분께서 살갑게 말을 걸어주셨다. 그대로 자리에 앉아 시작 전까지 담소가 이어졌고, 그 분의 지인 분과도 친해지며 홀에 입장하였다.
명찰과 함께 웰컴 키트를 받았는데, 이거만 받아도 본전은 뽑았구나 싶더라. (숨길 수 없는 덕심)
OT 전까진 작년 재밌넥의 활동 영상이 틀어졌고, 11시가 되자 OT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 OT는 메이플스토리 월드 총괄 디렉터 신민석 님께서 진행해주셨다. 스태프 분들도 현업자셨지만, 내가 디렉터를 실물로 본다는 게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곧바로, 주제가 공개되었다.
오... 오? 어?
이번 주제는 무려 섬이었다. 그것도 다른 해석을 못 하게 아예 아일랜드로 못 박아놨다!
곧바로 몇 가지 폼이 떠올랐지만, 이내 누구나 떠올릴 생각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기획자분들... 머리 좀 아프실 거 같은데...?
작년 주제는 단풍이었다. 그래도 이건 명사 하나만 주어졌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섬은,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너무 명확하다.
게임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획, 그리고 참신함이다. 섬을 단순 배경으로만 쓴다면, 혹은 섬 안에 갇힌다는 설정을 쓴다면 흔하다 못해 주목을 못 끌 것 같았다. 도대체 기획자분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실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게임을 만들 교실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몇 시간의 팀 빌딩
교실엔 임시 팀 자리에 앉아, 준비된 식사를 하며 팀 빌딩을 시작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기획자분들이 기획을 작성, 아트와 프로그래머 분들은 자기 PR, 서로가 서로를 컨택하는 팀 빌딩이 되었다. 아트나 프로그래머 분들이 원하는 기획을 고른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기획자분들이 직접 디스코드 등으로 연락하는 경우도 보았다.
자리에서 계속 기획을 훑어봤지만, 이거다! 하고 꽂히는 기획은 없었다. 행사 시작 전 친해진 프로그래머 분과 얘기를 나누다 그 분이 기획자를 찾아가 질문하는 걸 옆에서 보았고, 이후 초안 중 맘에 들었던 기획을 찾아가 직접 질문을 했다.
그 중 내가 가장 꽂혔던 기획은 바로 이것. 정확히는 내 취향인 기획이었다.
섬을 단순히 배경이나 설정에 차용하는 대신, 섬의 고립성에서 출발해 책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다.
처음엔 덱빌딩 로그라이크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미 개발해본 적 있는 분야라 완성시킬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양적 확장이 3일 내에 가능할까? 의문이 들어 직접 여쭤봤었다.
그 결과 전투 시스템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포켓몬처럼 4개의 기술만 사용하는 게임이 될 것이라 들었고, 이 정도면 할 만하겠다 싶어 바로 지원했다.
이후 한바탕 기획자분들의 발표가 이어졌고, 생각해보니 내 실력을 보여드리진 못한 것 같아 Zenocide 프로젝트를 시연하며 어필을 했다. 다행히 마음에 드셔서 합류!
개발, 식사, 개발, 식사, 개발, 어 저희 또 먹어요??
이후 3D 모델러 한 분(놀랍게도 넥슨에 오고 처음 만나 얘기했던 분이었다), 2D 아트 한 분과 협업할 프로그래머 한 분과 함께 5인 1조가 결성.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제출 직전까지, 말 그대로 개발 - 밥 - 개발 - 밥 - 개발...이 이어졌다. 분명 식사는 제 시각에 맞춰 제공되었는데 'ㅔ? 방금 밥 먹지 않았어요? 저 또 먹어요??'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개발에 몰두했다. 대학 입학 후 이만큼 몰입하며 개발했던 게 얼마만이더라? 싶을 정도로 재밌는 시간이었다. 아트 분들도 속도가 장난 아니어서 "벌써 완성했다고요?" 소리가 절로 나왔고, 함께 개발하던 프로그래머 분도 시네머신을 처음 접하신댔는데 상상도 못한 연출 퀄리티가 나왔다. 하지만 역시 가장 고생한 건 기획자 분이셨는데, 수시로 기획을 구체화해나가면서도 계속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시고, 일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주시며, 오해하기 힘들 정도로 확실하게 생각을 전달해주셨다. 그 분의 노트를 보며 머리 속으로 완성될 게임을 그려볼 수 있었고, 내가 할 건 그 길을 따라가는 것뿐이었다.
또한,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이라고 할까? 값 나가는 음료수와 과자가 무한 리필되고, 매 번 주어지는 식사 역시 넘칠 정도로 풍족했다. 2일차엔 스태프 분
과의 이벤트로 넥슨 캐시도 10,000원이나!!! 따냈고, 1일차에 전투 씬을 얼추 마무리한 후엔 샤워실에서 샤워하며 리프레시도 했다. (그리고 끝난 후, 친구는 왜 회사에 샤워실이 있는지 생각해보라 했다.)
이외엔 딱히 쓸 말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개발만 했다. 가끔 밥 먹을 때나 산책나갈 때 팀원들과 얘기하는 게 재밌었다! 정도인데, 그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 뿐이다.
아, 제출까지 22시간이 남았을 때 친구에게 카톡으로 22시간 남았지만 벌써 끝나가는 기분이라고 얘기 했었는데, 화면에 22시간이 적혀 있음에도 남은 시간이 너무 적어 아쉽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만 벌써 다 만들었다고?! 라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었다. 지금보니 내가 말을 참 이상하게 했다 싶은데, 그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건가...?
그렇게 첫날 1시간 30분, 둘째날 1시간 수면 외엔 제출 직전까지 개발에 몰두했다.
개발은 90프로까진 금방이지만, 여기부턴 더럽게 안 올라가요.
전투 시스템의 틀을 완성했을 땐 1일차 밤(Not 새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획자분께서 "벌써 이만큼이나 했어요?"라고 말하셔서, 난 위처럼 대답했었다. 그리고 이건 현실이 되었다.
분명 거의 다 만들어둔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할 일은 끝없이 생겨난다. 그걸 알기에 속도를 줄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첫날 분위기와 상반되게 제출 직전까지 개발에 온힘을 쏟아야 했다.
Lib's Rarry, 첫 발을 내딛다.
그렇게 우리의 게임, Lib's Rarry가 시연을 시작했다.
파랗고 일렁이는 카펫으로 바다를, 그 위에 떠있는 책들로 섬을 표현했다.
전체적인 방식은 캐릭터 주변에 빛나는 10개의 AP를 소모해 스킬을 사용, 타락한 동화 속 인물들을 제압하는 포켓몬 식 대전 게임이다. 스테이지 클리어 시 스킬 하나를 골라, 기존 스킬과 교체하며 최적화할 수 있다.
개발이 끝나자, 그제서야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 왔다.
아, 편의성을 고려 안 했구나.
내 최악의 패착. 그건 바로 개발 중 유저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 아무리 게임잼이 주어진 시간이 짧다한들,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이는 시연하러 오신 다른 개발자분들도 짚어주신 부분이었다.
그래서 칼날이 무슨 효과예요?
어떻게 진행하는 거예요?
주위에 떠있는 건 뭐예요?
고양이 위에 숫자가 스킬 횟수예요?
유저 분들은 개발자가 아니기에,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난 기능 구현에만 급급하고, 실제 플레이 경험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추구하는 개발과 정반대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게임이란 유저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 왔다. 그럼에도 이번에 내가 한 짓은, (사실 동아리 프로젝트 역시 그렇지만) 유저 경험이 아닌 내 생각을 밀어붙이는 일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이미 빌드는 올라갔고, 나는 이미 놓친 기회를 후회할 뿐이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여기서 후회하는 건 단순 개발 실력 부족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를 제외하더라도 내겐 많은 실수들이 남아 있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제 시간에 목표 달성을 못 한 게 아닐까. 기획자분은 초반에 "2일차 밤엔 빌드하고 밸런스 패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셨는데, 내 실력이 부족해서였을까. 제출 직전까지 기능 구현에만 급급하다 1시간 전에나 밸런스 패치가 가능했었다. 그리고 이땐 기획자 분도 최종 발표 자료 제작하느라 바쁘셔서, 간이 테스트로 밸런스를 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린 제출 직전까지 시간에 쫓기며, 아슬아슬하게 업로드에 성공했다. 기획자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못한 셈이었다.
협업 과정에 있어 내가 할 부분과 맡길 부분을 구분해내지 못하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 한 게 가장 후회스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청받은 기능을 전부 구현해냈지만, 만약 내가 좀 더 소통하며 일정을 제대로 계산하고, 밸런스 테스트 환경을 먼저 조성했다면, 그리고 같이 작업하던 분의 장점을 파악해내 파트 분배로 능률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나는 익숙하게 내가 해오던 일을 했지만, 그 분은 처음 다뤄보는 시네머신과 DOTween을 공부하며 개발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단순히 내가 전투 관련해서 개발해봤으니, 전투 파트 맡으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만약 개발 전 더 확실하게 전체적인 구조를 그리고, 전투 파트도 쪼개서 그 분에게 익숙한 부분을 맡길 수 있었다면, 우리 게임의 퀄리티는 더 좋아졌을 것이다. 1인 개발에 익숙해서, 동아리에서도 동등한 위치보단 후배 양성에 신경썼던 부분이, 결국 내 발목을 잡았다.
3일 간의 게임잼, 그 결과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하지만 우리 팀은 수상에 실패했다. 기획자분은 최종 발표를 망친 것 같다며 연신 죄송해하셨지만, 난 알고 있었다. 이번 협업에서 가장 부족했던 건 바로 나였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기획자분께서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보자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리고 팀원분들이 전부 동의해주셨다. 나에겐 실패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이번 게임잼을 통해 참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그들을 곱씹으며 다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미래의 내가 완벽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하나씩 고쳐나가면 언젠간 완벽해질 테니까.
아마 기획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본질에 집중하여,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언젠가, 출시될 게임에 아쉬움을 남기지 말자.
지금 와서 돌아보면, 대상엔 이유가 있더라.
대상은 '북극곰수호대' 팀의 <얼음섬은 붙으면 안 돼!>가 수상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 심사위원 분들이 다른 팀의 발표엔 "이 게임의 핵심 재미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이 팀에겐 "하루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어떤 걸 개발하고 싶나요?"같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첫날 기획을 들었을 때, 분명 난 크게 이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잼이 끝나고 계속해서 곱씹어보니, 이 팀은 대상이 가장 어울리는 팀이었다.
우리 팀이 아니라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얼음섬은 붙으면 안 돼!>는 캐주얼 퍼즐 게임으로, 주어진 공간 내에 모든 섬을 겹치지 않게 배치하는 게임이다. 섬과 공간은 육각형 타일로 주어지며, 다양한 기믹이 추가되는 스테이지식 퍼즐 게임이다.
1. 섬이라는 주제를 가장 참신하게 풀어냈다.
조금 아픈 이야기지만, 우리 팀의 경우 "유저가 PT를 듣지 않으면, 섬을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아요."라는 피드백을 심사위원 분께 들었다. 여기서도 난 한 번 충격을 받았었는데, 지금까지 난 발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주제와 어긋나보이더라도, 내 연상 과정을 따라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찌보면 자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섬 -> 고립 -> 책은 쉽게 연상이 가능하지만, 책 -> 고립 -> 섬은 연상하기 어렵다. 나는 이런 기획이 맘에 들어 합류했지만, 이또한 유저 분들에겐 안 와닿을 수 있겠구나. 좀 더 직관적이고, 역으로도 연상이 가능한가를 꼭 따져봐야 겠구나. 명심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팀은 되새겨볼수록 대단했다. "섬은 4면이 모두 바다로 이루어져 있죠. 한 면이라도 육지와 이어진다면, 그건 더이상 섬이 아닙니다. 그러니, 섬을 만들기 위해 섬끼리 붙지 않게 배치하는 게임을 기획했습니다."
이는 너무 명확한 섬의 이미지다. 섬 -> 사면이 바다 -> 타일끼리 붙지 않음은 물론, 타일끼리 붙지 않음 -> 사면이 바다 -> 섬 만들기도 쉽게 연상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팀이 배경이나 스토리에 섬을 녹여낸 만큼, 이 팀만큼 주제에 잘 어울린 팀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참신했다.
심지어는 섬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부분도 파악하고, 이를 얼음섬으로 변경하며 맛을 한 층 더 살려 냈다. 북극이라는 배경이 정해지니 컨셉도 명확해졌고, 아트 스타일도 너무 잘 어울렸다.
2. 진입 장벽이 낮다.
퍼즐은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다. 애니팡, 캔디 크러시 사가가 휩쓸던 걸 생각해보면 쉽다. 단순한 조작, 직관적인 문제. 이 게임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데 단 한 줄의 설명이면 충분하다. 또한 시간 제한도 없으니, 전 연령의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3. 재밌다.
무엇보다도, 재밌었다. 타일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하고, 이리저리 배치해보며 결국 풀어내는 그 모든 과정이 그저 재밌었다.
그러니, 이만큼 대상에 어울리는 게임이 어디 있을까. 게임 기획자로서도, 개발자로서도. 몇 단계는 배워갈 수 있었다.
한여름 밤의 꿈, 이젠 깨어날 시간
재밌넥은 나에겐 한 순간의 꿈같은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집에 와 씻고 침대에 누웠을 땐 내가 3일간 잠도 거의 안 자며 게임을 만들어낸 기억이,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졌다. 그건 멀리 서울에서 이뤄져서도, 넥슨이 내겐 하나의 꿈이 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3일이 아닌, 아주 긴 하루를 보내고 온 기분이다. 비록 마지막엔 내 부족함에 씁쓸함을 삼켜야 했지만, 게임잼이 진행되는 내내 난 항상 웃고 있었다. 역시 난 게임 개발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난 꼭 평생 게임 개발하며 살겠다는 꿈을 지켜야 겠다.
긴장이 풀려서 일까, 오랜 시간 잠을 못 자서 일까. 난 18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깨어 났고, 기차에서 써내려간 회고를 바탕으로 동아리에 경험을 공유했다. 그리고 지금, 블로그에도 이 꿈같은 일을 잊지 않게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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