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던가. 2023년 듣던 강의도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2025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친한 사람들 중 졸업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괜스레 아쉽고 울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 매여 있어선 앞으로의 인연을 잃는 것이니, 잘 마무리하고 보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지. 이제 2024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되짚어보자.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자
2023년, 전역 후 첫 복학을 맞은 나는 군대에서의 일들을 바탕으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보고, 모든 사람을 좋아해 보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
그전까진 1명만 있으면 된다는 타입이었고, 그 한 명을 여자친구로 채웠기에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주 만나게 되는 만큼, 사소한 다툼과 오해조차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는 채가 더 나은 관계가 되곤 했다. 그걸 고쳐보려 한 게 2023년이었고, 강의실에서 친해지기, 동아리 가입 등 많은 시도를 했었다.
2024년은 그런 태도가 자연스러워진 해라고 생각한다. 말투와 태도는 습관처럼 굳어져 쉽사리 바뀌지 않고, 시도해 봐도 실수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자연스러워지곤 한다. 돌이켜보면 올해 정말 많은 인연을 얻었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걸 안고 가더라도 얻은 게 더 많은 한 해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1년간 얻은 인연과 깨달음을 찾아가 보자.
WAP: 동아리를 운영한다는 건
올해 가장 큰 이벤트라면 역시 임원진 활동이 아닐까 싶다.
1학기, 당시 회장이 될 형에게 제안받아 함께 했었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매주 이뤄지는 회의, 처음 빌려보는 강의실, 행사 기획과 MT 게임 기획. 모든 게 처음이었고, 낯설었다.
단순 부원일 땐, 가장 큰 고민이 행사에 참여해도 될까 정도였다. 물론 최대한 전부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으니 후회는 없지만. 그런데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가 부원으로 누렸던 건 다른 사람들의 희생 덕이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다.
예산을 관리하고, 외부에서 활동비를 받아오고, 강의실을 대여하거나 뒤풀이 장소 예약, MT 숙소 예약, 그마저도 늦지 않게 미리 기획하고 예약해 둬야만 매끄러운 행사 진행이 가능했다. MT 때 장은 어떻게 보고, 무슨 게임을 해야 사람들끼리 친해질 수 있을까. 그 모든 고민이 녹아 100명에 가까운 동아리를 굴려나갈 수 있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재밌었다. 같은 임원진들과 더 친해지고, 회의가 끝나고 밥먹으러 가고, MT에서 혹여나 못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위험한 일이 안 생기게 지켜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다른 프로젝트를 관리하기도 하고. 임원진을 핑계 삼아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웃고 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올해 내내 임원진을 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할 예정이다. 매순간 아쉬움은 남았으니까. 공지가 늦어져 일정이 밀리게 한 게, 내 말투가, 너무 디테일하게 챙기려 한 게 미안하고. 더 많이 다가가지 못해 아쉬웠으니까. 그래서 난 이번 학기에도 임원진을 하게 됐다.
올해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얼마나 후회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맞이하자.
WAP: 고집, 배려, 출시, 아쉬움.
어릴 적부터 난 고집이 꽤 센 편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게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난 꼭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고집을 부려 왔다. 주변에 프로그래머도, 디자이너도, 작곡가도 없었고, 혼자 게임을 완성할 만한 실력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부려봤다. 경제적인 문제로 출시한 거라곤 무료 게임이 전부였지만.
올해 초에도 같은 고집을 피웠다. 게임 개발을 처음 하는 개발자 셋, 디자이너 한 명을 데리고 반드시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했겠지만, 진지했다.
기획은 없었다. 출시만 목적이었다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있었겠지만, 동아리의 취지에 맞게 개발자로서 함께 성장하는 것 또한 목표였기에. 그리고 성장한 사람들과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에. 작년에 그랬듯 팀원들이 좋아하는 장르를 개발 목표로 삼았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다. 내가 좀 더 공부를 많이 했더라면, 팀원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크게 성장하진 않았을까? 기획을 오랜 기간, 제대로 잡고 했더라면 달랐을까? 스토리를 좀 더 잘 쓸 수는, 카드를 더 다채롭고 매력적이게 만들 순 없었을까? 게임에 핵심적인 가치를 잡아놓고 시작할 순 없었을까?
약 7개월에 걸쳐 개발한 게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즐거울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미안할 때도, 고마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모두가 함께해 준 덕에 무사히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스토브에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어느 정도냐면, 최소 정산액에 도달하지 못해 한 푼도 못 받았을 정도. 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2015, 2016년엔 단순히 강좌를 따라 해 만들거나, 데모도 안 될 습작이 전부였다.
2017년 혼자 완성한 게임은 수행평가 발표로 쓰이고 사라졌다.
2018년엔 학생비엔날레 전시회에 전시되었고,
2019년엔 버그 가득한 앱이 플레이스토어에 무료로 출시되었다.
2020년부터 전역 후에 만들던 게임은 습작으로 남았지만 좋아해 주었고,
2023년엔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2024년, 팀으로 만든 게임이 유료로 출시되었다.
난 언제나 실패해 왔다. 하지만, 넘어진 후엔 항상 더 크게 내디뎌왔다. 이번에도 그럴 거다. 아직 인생은 길고, 난 좀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 내년엔, 내후년엔, 그 다음번엔, 분명 지금보다 잘하고 있을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우리 팀에 와줬던 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2024 재밌넥: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
올해 가장 큰 이벤트를 꼽으라면, 단연 넥슨에서 개최한 게임잼, 재밌넥을 꼽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고작 깃허브 프로필 링크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합격했는지 의문이다.
참가 후 적었던 후기글
지금도 이때 같이 한 분들과 2월 완성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분들을 보며 항상 배우고 있다.
1. 포트폴리오는 보기 좋게 정리해 두자
재밌넥에 가서 가장 먼저 친해진 분에게 여러 포트폴리오를 볼 기회를 얻었다. 그분이 노션으로 정리한 포트폴리오부터, 지인분들이 어떤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는지까지. 그걸 보며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지금껏 너무 대충 정리했었구나 싶었다.
2. 코드는 재사용할 수 있게 작성하자
이는 이어질 강의 편과도 연관되지만, 코드를 작성할 때 재사용할 수 있게 작성하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스팀에 게임을 출시한 적 있던 한 분은, 지금껏 개발하셨던 게임의 코드들을 갖고 오셨다. 그리고 그걸 사용해 매우 빠른 개발 속도를 얻으셨다. 3일이라는 짧은 개발 시간에, 그 코드들이 얼마나 도움 됐을까.
비단 게임잼 같은 특수한 환경이 아니어도, 여러 게임을 개발해 보면 여러 번 구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분에게 영향받아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Snap-On 프로젝트였다.
3. 기획은 정말 세세하고 촘촘하게 하자
앞서 여기서 만난 분들과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기획자님(a.k.a. 팀장님)이다.
나는 포지션으로 따지자면 개발과 기획에 걸쳐 있는 사람이다. 개발을 좋아하지만 엔지니어처럼 탐구하는 형태는 아니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가 주 목표였던 만큼 둘 사이에 걸쳐져 있는 형태다.
그런 점에서 기획자분은 볼 때마다 새롭다. 본인이 구상한 것을 Figma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와 직접 플레이해 본다던가, 수치들을 이용해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이라던가, 노션으로 작업을 분배하고 새로운 팀원을 끌어들이는 부분까지. 지금까지 동아리에서 팀원들이 좋아할 게임을 만든다며 즉석에서 기획했던 게, 어쩌면 전부 핑계고 내 능력 부족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될 정도다.
그렇기에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세밀하게 기획을 하고 있다. 내년에 내가 휴학을 할지, 졸업을 할지 사실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기획자님의 모습이 앞으로의 내 게임 개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WAP X APPTIVE 해커톤: 웹과 앱 사이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
그런가 하면 여름방학, 또 하나의 해커톤이 있었다. 바로 부산대 APPTIVE 동아리와 함께 하는 연합 해커톤.
부산대 링크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꽤 큰 규모로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운영에서도, 참가에 있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해커톤이었다.
이 해커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주제인데, 지역 정주 문제 해결이라는 주제가 달려 있었다.
게임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팀은 오랜 시간 함께 고민했다.
그렇게 의견을 모으고, 취합하여 나온 게 최적 버스 노선 찾기 게임이었다.
실제 지역의 특성, 버스 노선 구축의 비용 등을 반영해 사실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고, 게이머들의 집단 지성으로 얻어낸 최적 경로를 시에 제공,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기획이었다.
중간 점검에 멘토로 오신 분들께도 큰 호평을 받았다. 게임업계에 종사하시던 분은 "아이디어가 좋은데...? 완성만 한다면 걱정할 게 없겠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픽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해도, 핵심 기능은 모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민, 시민들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생성되는 주거 시설, 노선에 맞게 움직이는 버스 등. 참가 팀 중 절반 이상이 수상하는 대회였기에, 내심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수상 실패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웹과 앱에 비해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던 건지, Q&A에서 내가 만족할 답변을 못 드렸는지. 아니면 주제가 별로라고 생각하셨던 건지.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고, 그래서 속으로 많이도 울었었다.
지금 돌아간다 해도 더 좋은 기획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발은 좀 더 잘 이끌 수 있을 것 같다. 더 명확히 구조를 짜고, 제대로 분배하고, 팀원들과 더 많은 얘기를 해보고.
많은 걸 얻진 못했지만, 이 해커톤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고운서당: 사업의 세계에 발을 담가보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학기에 들었던 교양수업 교수님께 문자가 왔다.
고운서당 1.5기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운서당 1.5기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팀빌딩 활동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활동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활동이 2024년 중 가장 크게 실패한 활동이 아닐까 싶다.
운 좋게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분들과 팀이 되었음에도, 단순히 내 능력으로 망친 일이었기에 더 뼈아픈 상처였다.
8주간 이어진 활동의 마지막 주는, 그동안 만든 사회 문제 해결 모델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답지 않게 많이 한 긴장, 잘못 이해한 방향성 등 저지른 잘못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건 역시 사업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게임 개발을 인생 목표로 삼은 만큼, 게임 개발에 관해선 정말 많이 공부했다고 생각한다. 잘 만든 게임은 어떻게 유저를 몰입시키고, 좋은 게임들이 어떤 가치를 전달했는지, 연출부터 설계까지, 예술로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사업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사용자를 유치하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지 같은 단순한 내용은 물론이고, 초기 투자금과 예상 매출액이 정확히 얼마인지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나는 평소에 발표할 때도 연출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를 테면, 게임 티저처럼.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발표 내용에 흥미를 갖게 하는 일들. 그러나 이번엔 그래서 안 됐다. 그 자리에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였다. 마치 학생과 교수의 발표 스타일처럼. 나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이게 단순히 개인 발표였다면, 많이 배웠다로 퉁치고 넘어갔겠지만, 팀 활동이었다는 점이 아프게 못 박혀 있다. 내가 개요를 잘못 잡아서, 접근을 다르게 해서, 발표를 망쳐서, 우리 팀의 기회를 함께 빼앗은 셈이었다. 팀원분들도 적극적이었기에, 차라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겼더라면, 결과가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아픈 만큼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지원사업 등, 사업 계획서를 쓸 일은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이번에 배운 내용들은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상황에 맞는 발표가 얼마나 다른지, 어떤 흐름으로 발표가 이어지는지 등등. 미안한 마음은 잊지 말고, 얻을 건 얻은 채 앞으로 나아가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뒤풀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주던 팀원분께 감사드린다. 다음에 또 만나게 된다면, 그땐 확연히 나아진 모습으로 반드시 도움이 되겠다.
소프트웨어공학: 효율적으로 코드를 짜려면
이제 다시 개발 얘기로 넘어와서, 보통 1년에 한 과목 정도 꽂히는 수업이 있다. 2023년 권오흠 교수님의 알고리즘 강의가 그랬고, 올해 신인철 교수님의 소프트웨어공학 강의가 그랬다.
강의의 대부분은 디자인 패턴을 배우고 적용해 보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큰 수확을 얻은 건 바로 OT.
그동안 흐릿하게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효율적인 코드, 객체지향적 코드, 협업에 좋은 코드 등의 개념들이 재사용성이라는 단어로 이름 붙여졌다.
그제야 지난 10년간의 깨달음이 정리되었다. 어떤 코드가 좋은 코드인지, 어디서 함수를 나누고, 지역 변수/매개 변수/전역 변수 중 무엇을 써야 하고, 함수명을 어떻게 적고 상속을 어떻게 쓰고 그 모든 게 재사용성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되었다.
여기에 유니티 코리아가 제공하는 유튜브 강의가 더해져, 어떻게 코드를 짜야하는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코드는 지금까지의 코드와 확연히 다르고, 간결해질 것이다.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꾸준히 써먹어볼 예정이다.
강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수업은 특이한(내겐 더 자연스러운) 학습 방식을 채택했는데, 바로 필기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어느새부턴가 나도 강의를 들으며 노트북으로 필기를 병행했었는데, 사실 어릴 적부터 난 눈으로 보며 바로 이해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살면서 요약 노트를 만들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물론 그러고도 성적은 잘 나왔다. 아니, 그랬기에 성적이 잘 나왔다. 나는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 단순히 수용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질문을 던져보는 타입이다. 예를 들어 객체지향 프로그래밍(OOP)에 대해 배운다면
1. OOP는 무엇의 약자지?
-> (검색 후) Object-Oriented Programming이구나. 순서대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이네.
2. 개발자들은 객체를 Object라고 하는구나. 근데 이 Object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자바에서 최상위 클래스를 Object라고 하잖아? 그런데 자바는 대표적인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고. 연관이 있겠는데?
3. Object 클래스는 모든 클래스가 상속받는 클래스인데, 그럼 이거랑 객체랑 무슨 상관이지?
-> Object는 주로 언제 쓰는 거지? 어떤 클래스를 변수로 저장할 때, 그 변수가 무엇인지 모를 때 쓸 수 있겠지. 최상위 부모 클래스니까. 그럼 Object는 모든 클래스를 가리키려고 만든 건가? 아니지. 실제로 프로그래밍에서 가리키는 대상은 클래스가 아닌 인스턴스(객체, Instance, Object)겠지. 그럼 실제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중요한 건 각 객체들이 어디서 호출되고, 어떻게 저장되는지겠네?
4. 그럼 C#의 Instance랑 자바의 Object는 같은 걸까? 왜 이름을 다르게 지었을까?
같은 식으로, 하나의 정보와 연관된 정보, 질문을 모두 떠올리고 스스로 해결하는 식으로 공부한다. 검색이 필요한 경우라면 검색을 하고, 그게 아니라 아는 것들을 연관 짓는 거라면 머릿속에서 유추해 낸다.
이게 지금껏 내가 이해력이 뛰어난 비결이었고, 장기 기억으로 학습해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였다.
고등학교 때 노트 필기를 강제하는 선생님이 계셨고,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해당 과목을 아예 버릴 정도로 나는 나만의 공부 방식이 명확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아마 수능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방법을 전혀 써먹지 못했고, 강의 시간엔 미래에 공부할 요약 노트를 만들 뿐, 내용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걸 깨닫고, 이번 학기부터 노션을 켜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A+이었다.
이제야 내게 맞는 옷을 다시 입은 기분이다. 여기에 더불어, 흥미 본위 학습까지 다시 살린다면 예전처럼 뛰어난 성취를 얻을 수 있겠지. 여러모로 정신이 맑아지는 강의였다.
쇳물결: 졸업 전에 밴드는 해봐야지
2학기에 들어서 부경대학교 밴드 동아리, 쇳물결에 가입했다. 사실 밴드 자체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말려서, 코로나 때문에, 기타 등등 다양한 핑계로 시도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졸업이 가까워지자 하고 싶은 걸 못 해본 게 한으로 남았다. 그래서 다짜고짜, 3학년도 가입할 수 있는 쇳물결에 가입 신청서를 넣었다.
포지션은 보컬. 그러나 동아리방에서 기타도 여러 번 연습했었다. 이번에 자취를 시작하면, 예전에 빌렸지만 반납해야 했던 여자친구의 기타를 다시 빌려 집에서 연습해볼까 한다.
원래 11월 22일 공연이었기에 이번 글에 공연 후기도 올릴 수 있었는데. 동아리 사정 상 1월로 밀려 그건 힘들어졌다.
남은 한 달간 우여곡절도 많을 거고, 생각처럼 안 될 때도 있겠지. 하지만 괜찮다. 늘 그랬듯, 나는 어떻게든 해낼 거니까. 뭐, 잘 안 되면 그다음이 있으니까.
지난 1년을 요약하면
내 인생에 몇 가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절이 있다. 올해는 그런 해들 중 하나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활동들을 했다. 때론 아프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그 모든 일들이 즐거웠다.
그래서일까, 끝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게 두렵다. 앞으로 만나기 힘들어지고, 지금처럼 지나가다 마주쳐 웃으며 인사할 수 없다는 게. 좋았던 만큼, 좋았던 게 곧 끝난다는 게. 너무나도 두렵다.
하지만 괜찮아지겠지.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겠지. 아쉽긴 해도 후회는 없다. 나는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이제 2024년의 추억은 아름답게 포장해 마음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다가올 2025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 또다시,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내가 저지른 잘못은 사과하고 책임을 지고, 모자란 부분은 배우며 성장하고, 재밌는 건 최선을 다해 즐기자.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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